찬장에 접시를 넣으려다가 유리잔을 깼다.
큰 조각을 치우고 휴지를 두껍게 말아 바닥을 쓸고 청소기로 돌렸는데도 내 꼼꼼함은 언제나 흠이 있기 때문에 그 흠이라는 틈 사이로 빠져나갔을 파편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
발바닥을 끌며 다녀야 한다.
얼마전에는 생각없이 쿵 내딛다가
오른쪽 엄지발가락이 접히는 부분에
아주 미세하지만 눈에 보이는 정도의 유리 파편이.
그걸 어느 영화에서처럼 내 손으로 팍 하고 뽑고 하얀 휴지를 묶으니까 내가 비둘기가 된 것 같고
편지를 전해야하나 망설이다가
누수된 변기의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명상한다.
물 끓는 소리 주전자의 소리
기화되는 방울들의 습기를 느끼다가
창문 밖으로 비가 내려
물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
물이 이루는 세상의 소리들에 대해서 생각하는데
변압기가 없어서.
2023년 12월 3일
3.